- 권력이 너희를 더듬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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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기업의 팀장이 자신의 여자팀원 5명 중 4명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는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호프집으로까지 팀원을 불러내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껴안는 등 온갖 추잡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그 일로 해고를 당하자 부당하다고 소송을 거는 뻔뻔함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신도 뉴스 속에서처럼 성추행을 당한 여직원들이다. 특히 이러한 일들은 자신들의 생계와 미래가 달려 있어 쉽게 알리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은 극심한 좌절과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성추행을 둘러싼 우리시대의 풍속도를 집중 취재했다.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던 김 아무개 양은 그토록 원했던 회사생활을 하게 됐지만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해야만 했다. 불성실했다거나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직장 상사 중 한 사람이 그녀에게 진드기처럼 달라붙으며 사랑을 고백하는가 하면 수시로 성추행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뭐 그런 일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상사가 유부남이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진절머리가 났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김 양이 선호하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었다.
그러던 중 김 양이 결정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은 주말에 상사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함께 놀러 가자며 막무가내로 우겨대기 시작했고 김 양이 이를 거부하자 ‘그럼 맥주 한 잔만 하자’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호프집에 갔던 김 양은 결국 상사로부터 노골적인 성추행을 당하고 말았다. 그녀는 아예 자신을 술집아가씨처럼 취급하는 상사의 태도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이제까지 상사가 해왔던 모든 행각을 회사에 알리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녀는 현재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처음 나에게 관심을 표명할 때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때문에 그 사람에게 확실하게 그러지 말라는 의사를 표명하진 못했다.
그 사람의 속셈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게 문제였다. 애초에 냉정하게 대했더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가 직속상사인 데다 앞으로도 그 사람 밑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매일 차갑게만 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뻔뻔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나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금도 길을 가다가 우연히 옛 상사를 만날까봐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가 많다. 그만큼 나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직장 내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그녀들 대부분은 그 누구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남성들은 왜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일터에서 여성들을 성추행하는 것일까. 따져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비록 불법이긴 하지만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은가.
약간의 돈만 있으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는데, 왜 그들은 ‘값싼’ 방법을 놔두고 왜 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는 직장 내 성추행을 일삼는 것일까. 취재결과 직장 내에서 성추행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들의 권력욕구에 의한 것과 페티시적 성향이 반영된 것도 있었고, 이 두 가지가 함께 결합된 양상도 없지 않았다. 우선 일종의 권력욕에 의해서 성추행 욕구를 느꼈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직장 내에서 직접 성추행을 한 적은 없지만 때로는 그러한 유혹을 느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좀 복잡하다. 단순히 여자가 없어서 성추행의 유혹을 느낀 것은 아니다.
직장은 상하관계가 형성돼 있고 그것은 일종의 권력 관계가 아닌가. 그 안에서 나에게 복종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런 모습들이 나를 자극한 것 같다.
약자를 괴롭히는 그런 심리라고나 할까. 학생들도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일종의 쾌감 같은 것을 얻지 않은가. 그런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런 권력의 단맛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그들은 단순히 성적 욕구 때문에 직장 내 성추행을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바로 이 부분이 그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고 직장 내 성추행을 하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목적은 성추행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권위를 과시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것이고, 그 쾌감 중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것이 성적인 욕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욕 이외에도 남성들을 움직이는 게 또 있다. 그것은 바로 페티시적 욕구다. 직장 내에서 평소에 힐끗 힐끗 여성들을 훔쳐보면서 그녀들에 대한 이상한 유혹을 느낀다는 것이다.
늘 치마를 입고 커피 심부름을 하는 부하 여직원이나 남성들이 흔히 매력을 느끼는 깔끔한 수트 차림의 여직원 등은 남성들이 상상 속에서 원하던 페티시즘의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여성들과 성적으로 은밀한 연결을 한다는 것은 일부 남성들에게는 판타지일 수도 있다. 한 직장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나 같은 경우는 과거 페티시를 주제로 하는 여러 변태업소에 드나든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변태 업소에서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판타지가 강렬하다보니 업소와 사무실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특히 여직원들을 볼 때마다 업소의 서비스 도우미가 생각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에서도 은근히 흥분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무실에서 성추행이 일어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게 일단 한번 느끼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계속해서 고개를 든다는 점이다.
한두 번 그러고 말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직장에서 성추행을 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이런 것이 아닐까. 거기다가 술이라도 한잔 하면 자제력이 약해져 ‘사고’를 칠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이른바 ‘오피스 와이프’를 간절히 원하는 나머지 성추행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오피스 와이프란 사무실에서 와이프처럼 챙겨주면서 정을 나누고 또 상황을 봐서 성관계도 함께 나누는 여성을 말한다.
직장인들은 사무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워낙 많다 보니 이러한 문화와 명칭이 생긴 것이다. 일부 남성은 사무실에서도 와이프와 같은 존재를 두고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가 내 마음을 받아들이면 서로 즐기는 것이 되고,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추행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오피스 와이프를 간절히 원한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남자들은 젊고 능력 있는 깔끔한 오피스 레이디가 자신의 와이프가 됐으면 좋겠다는 판타지는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신체적인 접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만 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성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킨십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과도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의사만 분명히 표현하면 될 일인 데도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키우는 것 같다.”
하지만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 부분에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직장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자들의 경우에는 원치 않는 신체접촉은 무조건 피한다. 특히 민감한 여성은 이를 극도로 싫어한다. 남성들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남자와는 다른 여자의 취향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직장 성추행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본질은 바로 ‘직장에서의 일탈적인 성관계’라고 한다. 기존의 일상적이고 지겨운 성관계에서 벗어나 색다르고 독특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게 남성들의 본질적인 심리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직장 내 성추행이 쉽게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결국 남성들의 이러한 욕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직장 내 성추행도 사라지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직장 내에서 지속적인 성추행 관련 교육과 다양한 예방 시스템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성추행에 대처하는 바른 자세는 그러한 조짐이 보일 때, 즉 초기에 냉정하고도 확실한 대응이다. 처음에 그냥 넘어가게 되면 점점 수위가 높아지게 되고 나중에는 최악의 상태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최대한 빨리 공론화시키라고 말한다. 그것이야말로 추가 피해를 막고 직장 내에 확실한 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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